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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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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긴장 상태로 이리뛰고 저리 뛰어다니던 사람은 쉽사리 진정하지 못한다. 위급환자라면 먹던 것도 내팽개치고 달려가야 했으니까.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모두가 잠들지 못하는 밤이 몇 번이고 찾아왔지.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사람들, 상처를 달고 피를 흘리는 사람들. 서로를 다독이고 한시름 놓았다 싶으면 그 쯤에야 눈을 감았다. 해서,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고생 많았어. 자기의 치료 활약~정말 대단했다고. 이야~든든해. 다정한 말 한 마디에 온 몸을 감돌던 피로가 발 밑까지 내려가는 것을 느꼈으니까 라고 할 수 있겠다. 얼굴을 가리던 손 틈새로 연보랏빛깔의 속눈썹이 톡. 하고 튀어나온다. 말 하나에는 여러가지 감정이 깃든다. 그것으로 사람도 살릴 수 있고 또, 죽일 수도 있는 거라. 귓가로 흘러 들어오는 그 말은 가벼웠으나 기력은 돋궈주는 것 쯤으로 봐도 될 것이다. 당신이 봐도,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진 모습이 보일 것일테다.

 

 

"너무 안일하게 말하지 않았나 해서요… 저부터가 바뀌어야 했던 건데…"

 

 

그리 자책하다가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쩌면 그 말에도 쉽사리 부끄러운 점은 가시지 않아서. 아 이런, 낭패다! 바보같은 엘리제! 너 먼저 바뀌어야하지 않겠니! 몇 번이고 자신의 안일함을 나무랐다. 다시는 그러지말자. 다짐도 잊지 않고 꼭꼭 하면서. 어느정도 부끄러움이 가시면, 제 어깨에 올려진 손이 느껴졌다. 이 사람은 정말 가벼우면서도 또 할 땐 진중해보였다는 그런 감상까지 얼추 끝맺고.

 

 

"…어렵다면…으음, 물은 좋아하시나요?"

 

 

거기까지만 질문한 뒤 입을 닫았다. 구태여 더 말하지 않음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고 또, 그 불호에는 사람 경기일으킬 법한 것도 있기 마련이니까. 물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고, 또 제 발 밑으로 떨어진 물을 내심 아쉬워하는 감정이 느껴졌기에 아마도, 어림짐작 했으랴. 해서 이번에도 보이는 것은 투명한 물방울. 하지만 연보랏빛의 염력이 섞인 조금 색다른 물방울을 꺼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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