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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 분들 중엔 거인이신 분이 그 분 밖에 없었네요. 나머지는 미안해요. 찾아오시질 않아서"

 

 

사람마다 선이 있다. 미약한 경계선이 있는가 하면, 저 너머의 지평선처럼 뚜렷하게 그어진 것도 있었지. 아마도, 지인은 아니었다. 그냥 내 감이 그렇다고 속삭이기만 할 뿐. 구태여 더 말이 없는 것을 보자면, 이는 내 사정 아니고, 그의 사정이란거지. 가족 혹은, 그들의 주인으로써. 그렇게 어림짐작을 한다. 제긴아. 부르는 이름은 그 옆에서 떨어지지 않던 사람의 이름이라. 주인님. 하고 금세 달려올 것 같았건만, 뒤 돌아보면 먼지만 굴러다니는 것이었다. 가서 불러올까 싶다가도 부탁은 없었기에 그저 가만히 떠다니고 있었다. 그러고는 기억의 파도에 몸을 담구었다. 얼굴이 비슷했나…? 기억나지 않는다. 목소리는? 글쎄, 기억 없대도. 뭐라도 좀 보탬이 되게 파편과 말씨름을 내걸고 있었다. 바위가 참 컸지. 굴러떨어지더라도 그 바위의 거인은 스스로가 복구 할 수 있는데, 어째서 시설에 찾아왔나. …문득 스쳐지나가는 서류의 문장. '마음의 병' …이건 말하지 않는 게 나을까. 

 

 

"피 냄새가 나요."

 

 

아무리 숨긴다한들, 육감 좋은 사람 앞에선 피를 흘리면 안되는 거라. 게다가 직업이 직업이니 더욱. 굳게 닫혀있던 손이 펴진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붉은 초승달. 그래, 겉모습으로도 느꼈을 만치 위엄있는 풍채. 무시할 수 없는 모습에 비례하듯 힘이 크단 것도. 하기사, 인간들이 지낼 터전을 거인이 나타나 땅 자체를 옮겨주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이어지고 있노라면, 그가 가라사대 너는 자동인형이 아니매 무얼 고치겠는가. 그런즉 신경쓰지 말라. 이 한 마디에 겁을 집어 던지고 핏물 나오는 손바닥 위로 쿡. 하고, 제 손가락으로 찌른다. 

 

 

- 당신이 뮤츠라는 종을 안다면, 왜 내가 고친다고 하는지 알겠죠. 

 

 

누가 들을까, 입을 꾹 다문 채로 다시 머릿 속으로 소리를 내었다. 왜, 뮤가 아니고 뮤츠일까요. 그 질문은 본인 스스로한테도 건네는 질문이었다만, 지금껏 살면서 정답 나온 적 한 번 없었기에. 이번에도 시시콜콜한 그런 느낌이었지. 점점 코 안을 파고드는 냄새에 살짝 찡그리고서는.

 

 

- 이럴 수 밖에 없어요.

 

 

고칠게요. 또 똑같은 말을 반복해. 아프지 않아요. 늘 같은 말을 반복해. 청량한 물이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 나온다. 상처를 보듬는 생명의 물. 제 기력을 넣어두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런 물이 손바닥을 감싸고 문지른다. 내가 할 수 없는 것. 아직은 겁쟁이라 이만큼 밖에 못하는 것. 같은 말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웃지만. 이번엔 웃지를 않고 그저 담담히 투구를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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