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무릎에 손을 짚고서 허릴 굽혀가며 기침을 이어가다가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살짝 고개를 들어보았다. 상당히 피곤해보이는 모습에 당신, 괜찮나요? 그 걱정은 이어가는 말에 그만 목 너머로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존재하지. 사소한 것까지도. 사소한 것?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밀려들어와 매서운 장대비를 내려도? 그저 열심히 살아가던 개미가 익사해버리는 것도 사소한 것이라 할 수 있던가? 다 이유가 있어서라고… 조막만한 머리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했어도 회피해버리고 말았다. 가르침을 받았어도 반박하고 싶었다.
"… 내가 어떤 생을 살아왔는지 알아? 당신이 아느냐고."
그저, 변덕스럽게 아니. 또는 그래. 라고 하겠지. 다 봤다고 하겠지. 당신은 저 너머 세계의 축이니까. 그럼에도 그리 말한 까닭은 모든 것을 다 알아도, 이 세계의 창조주가 빚어낸 이를 엿볼 수 있느냐는 말이었다. 그럴 권한이 있느냐고. 언제나 애매하게 말하면서 다 아는듯이 말해. 정작 그 앞에 선 사람이 무얼 느끼는지 모르면서. 나에게 그 이유는 무의미해. 울컥한 심정에 내뱉고서는 저만의 장대비를 내렸다. 한 두 방울 모래밭에 떨어지더니, 웅덩이 질 만치 연갈색이 짙은 빛으로 변하는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허하게도 바뀌는 색이 맘에 들지 않아 발로 팍팍 차기도 했지.
- 태어나길 바라지도 않았는데.
- 내가 이러한 것도 이유가 있어서라면, 부정하고 싶다고.
머리 안으로 들어오는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거대한 바위가 호수를 내려쳤기 때문에. 무너진 댐은 복구할 수 없었다. 으레, 정신이 좋다는 것은 무너져도 고칠 능력이 있기에 좋다고 해주는 거지. 고칠 능력이 없으면 복구는 커녕 하고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어서기가 너무 느렸다. 그야, 나는… 아아,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왜, 고통은 늘 곁에 있을까요. 이제 좀 떼고 싶어지는데도."
고통스러운 밤이다. 저 검은파도가 마치 제 집마냥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