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아서 겪은 것도 그다지 많지 않기에. 조심성이 없어 뵈는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누구한테 들었나봐? 할머니가 그랬었죠. 그렇게 답하고 살가죽이 얼마나 붙었나 크게 손을 펼쳐보다가 또 움켜쥐고를 반복했다. 신생아가 무언갈 잡으려하는 그런 손짓이랑도 닮아 있어서 어딘가 께름칙해 보였지. 과거형인 목소리는 제 발언을 정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침묵을 유지했더라. 뭐, 이쯤되면 쉽게 눈치챌 법도 했으니 구태여 더 설명을 잇진 않았다. 치료 고마워요. 사실 당신이 한 거라곤 그저 깨끗한 물 한 바가지를 손에 흘려보낸 게 다인데. 감사인사는 죽어도 빼 놓지 않을 심산이었다. 강박으로 보이나? 아마도, 당신이 뒤틀렸다면 강박증세로 보였을 테지. 하지만, 느끼는 건 없는지 가만히 눈을 깜빡거린다. 그저 그러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심지는 한정되어있고, 촛농은 녹아서 말라 붙어버리니까요."
"전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생명을 구한다고 해도, 민폐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저 웃는 얼굴을 보면 행복할 뿐이라."
내 아무리 성당을 다니는 사람이라 해도, 근원부터가 다름이라. 삶에 회의감이 든 적은 있었다. 없다고는 말 못하지. 그렇게 좋은 말을 들어도, 좋은 것을 보아도. 그닥 와닿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보다 강렬한 기억이 자신을 자리잡고 있었기에. 다친 사람은 아파서 운다. 또, 인상을 찡그린다. 그 얼굴을 웃게 만들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느낌이 들어서 제 기력 다 나눠주는 것이었다.
"간호팀장으로써 일한 것도 있으니 원하신다면 그것도 얹어드릴게요."
- 발설만 안한다면요.
입 밖으로 낸 것은 따뜻했으나, 머릿속에 들리는 것은 겨울바다였다. 당신이 자리에 앉자 저 자신도 의자에 착석한 뒤 공손히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린다. 마치 손님처럼. 백스토리를 원하시면 간단히 요약해서 들려드릴 순 있어요. 그래야 찾는데 더 수월할 테니까. 자그마한 몸짓에도 샛붉은 브로치는 저 혼자서 빛나고 있었다. 야광도 아니고, 심지어 건전지를 넣어 작동하는 기계도 아니었다. 메가진화를 할 수 있는 현재시대의 최신품. 선물받았다지만은 앉아 있는 손님에겐 필요 없어 보였다. 팔면 비싼값을 치룰 수 있겠죠. 확인되지 않은 종의 메가스톤이니. 육성으로 말하지도 않았건만 숨이 조금 차는지 긴 한 숨을 내쉬고는
"프로메테우스 라는 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저에게 알려주세요. 그 뒤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초겨울을 맞이하는 듯한 목소리였다.